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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술총서(68)유식과 의식의 전환

   red00_next.gif저   자 : 정륜
   red00_next.gif판   형 : 신국판 양장
   red00_next.gif출간일 : 2015-04-30
   red00_next.gif페이지 : 368쪽
   red00_next.gifI S B N : 9788998742478
   red00_next.gif정   가 : \22,000

   red00_next.gif독자서평 쓰기


 

 

범부는 지금 여기 있는 이것을 ‘있는 그대로(yathābhūta, 如實)’ 보는 것이 아니라 경험이 만들어 놓은 영상(nimitta, 相, 이미지)을 투사시켜서 본다. 마음의 흐름(cittasaṃtāti, 心相續)은 경험이 산출한 이미지에 대한 반응으로 이어진다고 한다. 바로 그 사태에 대한 반응이 아니라 자신의 경험이 지닌 상(相, 이미지)에 반응한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있는 그대로의 라일락 향기 대신 라일락 향기에 대한 자신의 이미지에 반응하는 것뿐이다. 이렇게 마음의 내용에 지배를 받기 때문에 유정은 범부가 된다. 그렇다면, 경험이 남긴 잠재적 성향은 어떻게 존재하는가? 유가행파는 우리의 육체가 스스로의 선택이 담긴 생물학적 결과이고, 습관적 경향성은 감각/지각 능력[六根]에 뿌리 깊이 박혀 있다고 한다.(16쪽)

유정인 인간을 설명하는 불교의 전통적 설명 방식의 하나가 십팔계이다. 유식 사상에 의하면 다섯 가지 감각 능력/기관인 오근과 그 오근을 장악하고 있는 자아의식인 염오의로서의 의근, 그에 상응하는 여섯 가지 대상(六境), 그 대상을 아닌 여섯 가지 식(六識), 이렇게 18가지의 생멸로써 인간을 설명한다.
그런데 이 십팔계의 존재 상태는 다름 아닌 과거 경험의 종자를 가진 아뢰야식과 관련된다. 경험의 흔적을 종자(bīja)라는 에너지 형태로 가진 아뢰야식은 이 찰나 상태와 緣起라는 존재 방식을 가지고 있다. 지금 이 찰나의 상태인 연생법으로서의 십팔계는 아뢰야식이라는 조건에 의해 생기한 상태이다.(41쪽)

인간 존재이자 인식 구조인 18계는 습관적 경향성의 결과로서의 조건에 의해 생긴 존재이나, 의식은 18계 전체를 개념화하여 실체적 존재로 오인하여 나의 것으로 만든다. ‘나’라고 생각하는 ‘나’의 정체성조차도 내가 의식하는 ‘망상의 나’일 뿐이다. 유정의 고통은 의식 상태를 실체적으로 존재한다고 믿는다는 데 있다.
실체적 존재로 인식하는 상황이 사라질 때, 대상만이 아니라 보는 주관 역시 망상이므로 양자가 사라질 때, 바로 그때 자기의 본질과 하나가 되는 상태가 된다. 이것을 유식성, 원성실성, 공성, 진여, 공상, 법계, 법성라고 부른다. 특히 그 본질을 진여, 공상(sāmanyalakṣaṇa, 共相)이라 하는데, 이것은 유위법의 공통적 특질인 무상성 · 고성 · 무아성의 異名이다.
일련의 수행 과정을 통해서 無常을 무상으로 아는(慧)것이 아니라, 무상과 특수한 앎(慧)이 하나가 되는 상태에 이르는데 그때 비로소 유정의 삶, 자아 중심적 삶은 종식된다. 이것을 유식 사상은 무분별지와 共相이 하나가 된다고 표현한다. 따라서 유식이란 오직 조건에 의해 생기한 현상뿐 그 어디에도 보고 듣고 생각하는 자아는 없으며(人無我), 찰나 생멸하는 그 현상들조차도 우리가 인식하는 언어적 대상이 되지 않는다(法無我)는 것이다.(134쪽)

자신의 몸과 마음에 대한 체험적 성찰은 의타기한 緣生의 세계를 있는 그대로 보게 한다. 즉 변화 생성의 세계를 비실체적으로 본다. 사물을 고정시키고 자신이 경험한 바를 판단의 중심에 놓는 실체적 사유는 수행을 통해 유동적 사고로 전환된다. 존재의 본질을 경험하기 전까지 모든 이해와 관점은 상대적이지만, 존재의 본질을 경험하고 나면 일체 유정의 존재가 무아성의 존재이고 法界라는 지혜가 생기한다. 자신의 본질을 경험한 보살은 모든 존재에 대한 자비를 가진다. 말하자면 존재의 변화, 그에 따른 인식의 변화는 새로운 윤리적 감각을 생기시킨다. 육도 윤회하는 모든 생명체가 무아의 존재라는 자각은 윤회하는 유정들이 모두 한때의 ‘나’였고, ‘나’일 것이라는 지혜를 동반한다. 그래서 자아 중심적이며 인간 중심적인 차별은 탈인간의 관점으로 변화한 사랑이 된다. 그러한 보살의 자비는 자기 중심성을 벗어난 지혜 그 자체이다. 또 육도 윤회하는 모든 생명체가 한때 ‘나’였고 ‘나’일 것이라는 관점은 현대 ‘자연생태’의 이론과 실천에 대해 탈인간 중심의 관점을 제공한다.(353쪽)

 

이화여자대학교 철학과 석사·박사 졸업했다. 쓴 논문으로는 <龍樹와 吉藏에 있어서 空의 개념>, <일본의 초·중기 중관연구사 : 나가르주나의 저서, 이해방식 그리고 해석>, <唯識性의 정의에 대한 고찰> 등이 있다. 현재 수덕사 견성암에서 수행 중이다.

 

서문
약호표와 텍스트

서 론
1. 왜 유가행 유식 사상의 의식(manovijnāna, 意識) 분석인가
2. 문제의식과 연구 방법

1부. 유식(唯識, vijnaptimātra)과 유식성(唯識性, vijnaptimātratā)
[개요]
Ⅰ. 존재(pratītyasamutpannadharma, 緣生法)와 존재 방식(pratītyasamutpada, 緣起)
Ⅱ. 유식(vijnaptimātra, 唯識)
1. 연생법(pratītyasamutpannadharma, 緣生法)
1) 의타기성(依他起性)으로서의 유식(唯識)
2) 식(vijnapti, 識)의 정의
2. 비존재인 실체(artha)
1) 실체(artha)의 정의
2) 인무아(人無我)와 법무아(法無我)
Ⅲ. 유식성(vijnaptimātratā, 唯識性)
1. 원성실성(圓成實性)인 유식성(唯識性)의 정의
2. 연생법(緣生法)의 공상(共相)인 유식성
1) 유식과 유식성의 관계
2) 유식과 삼성(三性)
3. 1부 정리

2부. 의식의 자기 변환과 다양한 정신 상태
[개요]
Ⅰ. 실체적 사유[遍計所執性]
1. 세간의 의식(意識)
1) 의식의 다양한 상태들과 존재론적 위치
2) 의식의 기능들
2. 의식의 실체적 사유과정
1) 지각 작용(saṃjnā, 想)과 尋伺
2) 일체법과 언어의 관계

Ⅱ. 비실체적 사유로의 전환과정(止觀修行의 정신 상태)
1. 문훈습종자(śrutavāsanābīja, 聞熏習種子)
2. 지관 수행에서의 의언(意言)과 관찰 심사(尋伺)

Ⅲ. 전의(轉依)와 보살의 정신 상태[淸淨世間後得智]
1. 유식성과 전의(āśrayaparāvṛtti, 轉依)의 구조
1) 소의(āśraya, 所依)와 근경식의 구조
2) 번뇌로서의 몸(五根)
(1)번뇌로서의 色
(2) 아타나식(ādānavijnāna, 阿陀那識)의 기능: 몸과 아뢰야식의 관계
(3) 근(根)의 변이(變異) 상태
(4) 신근(身根)과 의식(意識)
(5) 감각을 가지고 生起하는 종자(saveditotpādabīja): 內處의 종자
(6) 추중(dauṣṭhulya, 麤重)종자로서의 근(根)
(7) 추중번뇌와 융해
2. 탈인격인 보살의 후득지
1) 후득지와 심사(尋伺)
2) 지혜의 외화(外化)인 동감(悲)
3. 2부 정리

맺는말
참고 문헌

찾아보기

 

범부(凡夫)는 어떻게 붓다가 되는가?

2015년, 올해로 학술총서시리즈 29년의 역사를 이어온 민족사 학술총서 68권 《유식과 의식의 전환》이 나왔다. 민족사 학술총서시리즈는 1986년 1월에 첫 번째 책인 《한국조계종의 성립사 연구》가 출간된 이후로 꾸준히 불교 전문 학술서의 맥을 이어오고 있다.

인간 ‘의식’의 변환 과정을 탐구하다!

고타마 싯다르타가 붓다가 되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수행을 하면 무엇이 변화하는 것일까? 변화한다면 그 근거는 무엇일까? 어째서 지혜와 지혜의 외화인 자비가 하나인가? 지혜란 구체적으로 무엇이며, 그것의 존재론적 근거는 무엇일까? …… 판단의 중심에는 왜 ‘내가 옳다’라는 전제가 깔려있는 것일까? 수행을 통해서 생리의 변화와 심리의 변화가 일련의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 근거는 무엇일까? 이런 의문의 중심에 놓인 것이 ‘의식’의 탐구였다.(15쪽)

이런 광고 문구가 유행한 적이 있다. “나는 소중하니까!” ‘나’의 소중함을 증명하기 위해 사람들은 부지런히 쇼핑을 하고 힐링 여행을 떠난다. 하지만 명품 쇼핑백도, 유럽 여행도 ‘나는 누구인가?’ ‘나의 생각은 온전히 나의 것인가?’라는 의문을 해결해 주지는 못한다. 진짜 힐링을 위해서 우리가 따져봐야 할 것은 내가 확신하는 ‘나’, 세상을 특정하게 재단하고 경험하게 만드는 나의 ‘의식’이다. 《유식과 의식의 전환》은 이런 문제의식으로부터 출발한다. 저자는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느끼는 방식이 온전히 내 것이 아니라 먼 과거로부터 축적되어온 관습의 산물임을 자각하는 순간 ‘의식’을 탐구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이에 따르면 내가 느끼는 기쁨과 슬픔, 우월감과 열등감, 충만함과 결핍감은 물론 우리가 믿는 진실조차 이미 굳어져 있는 인식의 틀이 만들어 낸 허구에 불과하다. 범부(凡夫)들은 그런 허구를 ‘진짜(real)’라고 믿으며 무명과 고통(苦)의 수레바퀴에 결박된 채 윤회를 거듭한다. 석가족의 왕자였던 고타마 싯다르타도 출가 전에는 무명에 감싸여 있는 한낱 범부에 불과했다. 그러나 출가 후 각고의 노력 끝에 싯다르타는 깨달아 붓다가 되었다. 싯다르타는 의식의 전환을 동반한 존재의 전환(轉依)을 이루어 낸 것이다. 저자가 주목하고 있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범부였던 고타마 싯다르타는 어떤 과정을 통해 성자(聖者)가 되었을까? 그 변화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다시 말해 세간 의식이 어떻게 출세간 무분별지를 거쳐서 무의(無義)와 무경(無境)이라는 성자의 후득지(後得智)에 이르게 되었는가?
저자는 범부에서 성자로 가는 여정을 의식의 변환 과정이라고 정의했다. 유식(唯識) 사상을 연구의 중심 주제로 삼은 이유는 여기에 있다. 저자는 유식에서 말하는 ‘意識의 구조 및 자기 변환’을 분석을 통해 범부의 심리적 현실을 드러내고 보살과 중생의 양극의 차이가 어디에 있는가를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유식(唯識)과 유식성(唯識性)의 정의를 고찰하고, 기존의 이해와 달리 유식이란 연생법(緣生法)의 다른 이름이고, 유식성은 연기(緣起)의 다른 이름임을 밝힌다. 또 범부의 의식 상태와 지관의 상태, 성자의 의식 상태의 차이를 해명하고 색신(色身)의 법신(法身)으로의 변환 과정은 결국 육근(六根)의 변화임을 치밀하게 논증해 낸다. 그 과정을 결과로 탄생한 책이 바로 《유식과 의식의 전환》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인간의 의식을 깊이 있게 탐구하고 단순한 이론 습득을 넘어 자유로운 삶을 영위하도록 돕는 실천적 가르침을 주고 있다.

의식의 비밀을 탐구하는 유식 사상
유식 사상이란 기원후 3~4세기경 인도에서 기원한 불교사상이다. 붓다 사후 불교는 논쟁과 분열을 거듭하면서 부파불교(소승불교)가 부흥하였고, 이후 중생 구제를 목표로 하는 대승불교가 발전해 나갔다. 대승불교는 사상적으로 『반야경』에 근거한 ‘공사상’과 『해심밀경』 등에 근거한 ‘유식사상’으로 크게 나눌 수 있는데, 후자를 추구한 집단을 가리켜 ‘유가행파(瑜伽行派)’라고 부른다. 이 유가행파의 사상이 바로 유식 사상이다. 유가행파의 유식 사상은 반야의 공사상을 답습하면서 ‘식(識)’을 통해 우리의 마음과 존재를 탐구해 왔다.
유식 사상은 모든 현상을 식(識)의 작용으로 설명한다. 유가행파는 현재의 의식 상태의 주체는 무시이래의 경험을 습기(習氣)라는 형태로 저장하고 보관해오는 아뢰야식이라고 본다. 이에 따르면 세계는 시시각각으로 변화해가는 식 작용(識轉變)의 결과물이다. 유식은 ‘유식무경(唯識無境)’이라는 말로 간단히 정의할 수 있다. ‘식(識)’은 마음, ‘경(境)’은 외부 세계란 뜻으로, ‘오직 식識뿐 경境은 없다’는 유식무경은 마음 밖에 독립적으로 실재하는 세계는 없다는 뜻이다. 예컨대 우리는 있는 그대로의 라일락 향기 대신 우리의 과거 경험에 의해 만들어진 라일락 향기에 대한 이미지에 반응하는 것뿐이다. 유가행파들은 우리의 인식대상도 이런 이미지와 같은 것이라 생각했다. 범부는 식이 만들어 낸 이미지를 실체라고 착각하는 무지한 존재들을 가리킨다. 이런 착각으로 인해 범부의 아상(我相)은 더욱 굳건해지고 집착과 망상은 더욱 커진다.
유식 사상은 이 세계의 모든 현상은 식(識)이 드러낸 것이기 때문에 허깨비와 같다고 말한다. 우리는 허깨비 위에서 실체를 집착하고 꿈의 세계를 현실이라 여기며 살고 있는 것이다. 결국 허깨비 위에서 허깨비를 보고 있는 셈이다. 이 이중의 허깨비에 대한 철저한 인식을 통해 깨달음의 길로 나아가려는 게 바로 유식 사상이다.

의식은 어떻게 전환되는가?
저자는 과거의 경험(業)이 만들어 낸 인식의 틀을 깨고 세계를 있는 그대로 보기 위해서 우선 의식의 흐름을 관찰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요구되는 것이 바로 지관 수행이다. 지관 수행을 통해 일상 의식 상태가 어떻게 흘러가는가를 규명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수행을 통해 인격의 질적 변화를 이끌어 내야 한다고 강조하며 몸의 활동이나 생리적 기능이 마음을 속박하지만, 부단한 수행이 육근(六根)의 작용방식, 기능을 변화시킨다고 본다. 이로써 ‘고통’에 대한 이해와 ‘경험’에 대한 관점이 바뀌고, 스스로 치유의 능력을 계발하고, 자신의 존재에 대한 신뢰를 자기 안에서 발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자아 중심적 사유를 하던 범부는 지관 수행을 통해 인식의 변환을 이룸으로써 모든 생명체의 본질(無我性)을 보는 지혜의 보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저자는 관점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수행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유식 사상과 융(C. G. Jung)을 중심으로 발흥한 현대의 분석심리학의 유사성을 분석한다. 유식 사상에서 습관적 경향성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새로운 거울 기능을 하는 진리 경청(문훈습)을 필수 조건으로 보았듯이, 분석심리의 꿈 분석에서도 새로운 거울의 기능을 하는 ‘분석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유식과 의식의 전환』은 유식 사상을 통해 인간의 심리현상과 의식의 구조를 분석함으로써 의식의 전환을 동반한 깨달음의 세계를 경험하도록 우리들을 이끈다. 이 책 속에는 고타마 싯다르타가 붓다로 존재의 전환을 이룬 것처럼, 이 세상의 모든 범부들이 번뇌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치유하는 길을 갈 수 있다는 믿음과 서원이 담겨져 있다.